건축에 관한 생각 #2

건축에 관한 생각 #2

미용실의 언어, 건축사사무소의 언어 – 미용실의 언어, 건축의 언어

미용실에서 머리 스타일을 어떻게 해달라고 얘기하는 게 참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단어는 “전체적으로 다듬어 주세요” 또는 “너무 짧지 않게 해주세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을 땐 “뒷머리는 ~ ” 이 정도가 내 표현의 한계였다. 

머리 스타일은 3차원 형태이고 머리카락은 움직이는 것인데 또 미용실에서 잘 해줘도 다음날부터 한 달 정도는 집에서 나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변화하는 머리 스타일을 몇 마디 말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할 수 있을까! 참 어렵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그래서 단골 미용실을 힘들게 만들게 되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다. 5년 이상 다닌 미용실도 있었다. 그렇다고 단골 미용실이 항상 마음에 들게 해주는 건 아니지만 내 요구사항을 힘들게 표현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훨씬 적어서 좋다.

건축물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은 미용실에서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건축주(건축물을 짓기 위해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오신 분)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건축물을 건축가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미용실에서 내가 곤란했던 것은 내가 원하는 헤어스타일 그 자체를 알 수 없어서였을 수도 있다.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과 짬뽕 선택함에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두 음식에 대한 맛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고민하는 것이니 비교적 별일도 아니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건축주 분들이 원하는 건축물을 설명하시길 어려워하실 때, 미용실에서의 내 입장을 생각해보곤 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